나팔꽃 / 이정자
나팔꽃의 꽃말이 덧없는
사랑, 허무한 사랑인 것은
한 번도 가닿지 못한 언제나
마음뿐인 혼자 사랑이기 때문이다
저 홀로 생각하며 꽃을 피우다,
아니다 싶으면 이내 접어버리는
그러다가도 떨치지 못한 미련이
집착으로 남아 외줄타기를 하는 까닭이다
마음의 바지랑대를 칭칭 감고 올라가보지만
길 없는 허공이기 때문이다
*출처: 이정자 시집 『아름다운 것은 길을 낸다』, 문학아카데미, 2018.
*약력: 1964년 충북 충주 출생, 충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아내와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가 살고 있었다.
둘 사이는 매우 행복하였고, 이것을 시기한 원님이 아내를 불러 감옥에 가두었다.
아내를 보고 싶어 하던 남편은 자기가 그린 그림을 감옥의 담장 아래에 묻은 후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아마 남편은 아내를 보기 위해 나팔꽃으로 피어나 담장을 타고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그런 애절한 사연과는 달리 외짝사랑의 덧없음을 노래한다.
마치 길 없는 허공을 향해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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