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마누라 / 김선태
보름달은 마누라다
보름 무렵이면 중천에 떠서
일거수일투족을 환히 지켜본다
아무리 몰래 밤마실을 나가려 해도
부처님 손바닥이다 세상에나
저렇게 밝은 밤눈은 없을 것이다
하다가도,
자정이면 감시의 눈초리가 흐려지고
새벽이면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이젠 지칠 만큼 지쳤기 때문이다
*출처: 김선태 시집 『햇살 택배』, 문학수첩, 2018.
*약력: 1960년 전남 강진 출생, 원광대학교 대학원 졸업,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남편은 아무리 날고뛰어도 마누라 손바닥 안에서 논다.
어쩌면 그게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길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름달처럼 환한 마누라도 나이가 들수록 희미해져 간다.
“자정이면 감시의 눈초리가 흐려지고 / 새벽이면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화자는 그것이 “이젠 지칠 만큼 지쳤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저물어가는 아내에 대한 애처로움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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