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 김왕노
입 안에서 조약돌같이
남몰래 굴리고 굴리던 이름 하나
자면서도 입 안에서
이름을 굴리는 소리
메아리가 되어 나를 흔들었나.
놀라 가랑잎처럼 깨어난 밤
이름 하나가 내내 서럽다.
*출처: 김왕노 시집 『백석과 보낸 며칠간』, 천년의 시작, 2022.
*약력: 1957년 경북 포항 출생, 아주대학교 대학원 석사,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꿈의 체인점’으로 등단.
“입 안에서 조약돌같이 / 남몰래 굴리던 이름 하나”는 누구에게나 있음직하다.
김춘추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고 했고,
소월은 “산산이 부서지는 이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라 했다.
김왕노 시인은 “이름 하나가 내내 서럽다”고 한다.
마치 낙엽이 모두 떨어진 늦가을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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