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를 풀고 / 김나영
브래지어 착용이 유방암 발생률을 70%나 높인다는
TV를 시청하다가 브래지어 후크를 슬쩍 풀어 헤쳐본다
사랑할 때와 샤워할 때 외엔 풀지 않았던
내 피부 같은 브래지어를
빗장 풀린 가슴으로 오소소― 전해오는
시원함도 잠깐
문 열어놔도 날아가지 못하는
새장 속에 새처럼
빗장 풀린 가슴이 움츠려든다
갑작스런 허전함 앞에 예민해지는 유두
분절된 내 몸의 지경이 당혹스럽다
허전함을 다시 채우자
그때서야 가슴이 경계태세를 푼다
와이어와 후크로 결박해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는
나는 문명이 디자인한 딸이다
내 가슴둘레엔 그 흔적이 문신처럼 박혀있다
세상 수많은 딸들의 브래지어 봉제선 뒤편
늙지 않는 빅브라더가 있다
*출처: 김나영 시집 『수작』, 애지, 2010.
*약력: 1961년 경상북도 영천 출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과 동대학원 박사.
브래지어 착용이 유방암 발생률을 70%나 높인다는 TV를 시청하고 쓴 시이다.
여성의 상징은 가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슴을 보호하는 목적에서 사춘기 이후 여성들은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산다.
그런데 브래지어 착용이 유방암 발생률을 70%나 높인다니,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참고
‘빅브라더(big brother)’는 개인의 정보를 독점하여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이나 사회 체계를 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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