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듯이 / 성원근
한 장의 땅과
한 겹의 하늘이 있으면
내 잠자리는 편안하다.
땅은 땅으로
하늘은 하늘로 곧
그만인 것을.
내 마음에 부질없이
먹구름이 끼었다
비가 내렸다
바람 불면
밑도 끝도 없이, 냇물 흐르는 소리
그리워한다.
저 물 따라 내내
흘러가
버릴 것을.
*출처: 성원근 유고시집 『오, 희디흰 눈속 같은 세상』, 창작과비평사, 1996.
*약력: 1958년 경남 밀양 출생, 연세대학 영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95년 향년 38세로 타계.
시인은 물처럼 살았다는 것을 이 시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한 장의 땅과 / 한 겹의 하늘이 있으면 / 내 잠자리는 편안하다.”하였으니,
이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가.
“내 마음에 부질없이 / 먹구름이 끼었다 / 비가 내렸다 / 바람 불면”,
냇물 흐르는 소리를 그리워하며 평정을 되찾으려는 시인이 그리워진다.
- 믈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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