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물 흐르듯이 / 성원근

믈헐다 2023. 10. 24. 08:59

물 흐르듯이 / 성원근

 

한 장의 땅과

한 겹의 하늘이 있으면

내 잠자리는 편안하다.

 

땅은 땅으로

하늘은 하늘로 곧

그만인 것을.

 

내 마음에 부질없이

먹구름이 끼었다

비가 내렸다

바람 불면

밑도 끝도 없이, 냇물 흐르는 소리

그리워한다.

 

저 물 따라 내내

흘러가

버릴 것을.

 

*출처: 성원근 유고시집 , 희디흰 눈속 같은 세상, 창작과비평사, 1996.

*약력: 1958년 경남 밀양 출생, 연세대학 영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95년 향년 38세로 타계.

 

 

시인은 물처럼 살았다는 것을 이 시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한 장의 땅과 / 한 겹의 하늘이 있으면 / 내 잠자리는 편안하다.”하였으니,

이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가.

“내 마음에 부질없이 / 먹구름이 끼었다 / 비가 내렸다 / 바람 불면”,

냇물 흐르는 소리를 그리워하며 평정을 되찾으려는 시인이 그리워진다.

- 믈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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