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춘이 엄마 / 윤제림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 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 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巖)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 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출처: 윤제림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 문학동네, 2009.
*약력: 본명은 윤준호, 1960년 충북 제천에서 나고 인천에서 성장,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광고카피라이터 활동.
오래 전 “당신이 행복입니다”란 SK그룹의 기업이미지광고가 있었다.
그 광고의 <엄마편>에는 ‘재춘이네’가 나오고 이 시가 소개되었고,
〈2009년 올해의 좋은 광고상〉에 선정되었다.
한적한 항구마을 바닷가 조개구이 집 이름이 ‘재춘이네’다.
아들의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어머니의 밝은 얼굴이 시청자와 신문독자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게 했고 참신하다는 반응을 얻었던 것이다.
- 믈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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