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재춘이 엄마 / 윤제림

믈헐다 2023. 10. 24. 06:50

재춘이 엄마 / 윤제림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 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 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巖)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 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출처: 윤제림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 문학동네, 2009.

*약력: 본명은 윤준호, 1960년 충북 제천에서 나고 인천에서 성장,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광고카피라이터 활동.

 

 

오래 전 “당신이 행복입니다”란 SK그룹의 기업이미지광고가 있었다.

그 광고의 <엄마편>에는 ‘재춘이네’가 나오고 이 시가 소개되었고,

〈2009년 올해의 좋은 광고상〉에 선정되었다.

​한적한 항구마을 바닷가 조개구이 집 이름이 ‘재춘이네’다.

아들의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어머니의 밝은 얼굴이 시청자와 신문독자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게 했고 참신하다는 반응을 얻었던 것이다.

- 믈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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