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 박형진
원시적 마음일까
나락 익는 가을 들판에서
비록 남의 일이지만 한나절 벼를 베고
막걸리 한 잔에 드는 이 마음
이 들판이 다 내 것 같은 마음
원시적 마음이겠지
너와 내가 없고
내 것 네 것이 없고
우리 것이어서 비로소 내 것인 것
내 것이 없으므로 진정 내 것인 것
흥겨워라 추수하는 마음이여!
*출처: 박형진 시집 『내 왼쪽 가슴속의 밭』, 천년의시작, 2022.
*약력: 1958년 전북 부안 출생, 초등학교 졸업, 1992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 농부.
평생을 농부로 살고 있는 시인은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이다.
욕심 없는 삶이었기에 추수하는 농부의 마음을 이렇게 흥겹게 나타냈으리라.
예로부터 농민들이 농번기에 농사일을 서로 돕는 ‘두레’라는 조직이 있다.
“너와 내가 없고 / 내 것 네 것이 없고 / 우리 것이어서 비로소 내 것인 것 /
내 것이 없으므로 진정 내 것인 것”이 품을 지고 갚는 ‘품앗이’를 말함이다.
그것을 시인은 원시적 마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 믈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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