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국화차 / 조향미

믈헐다 2023. 10. 26. 23:32

국화차 / 조향미

 

​찬 가을 한 자락이

여기 환한 유리잔

뜨거운 물 속에서 몸을 푼다

인적 드문 산길에 짧은 햇살

청아한 풀벌레 소리도 함께 녹아든다

언젠가 어느 별에서 만나

정결하고 선한 영혼이

오랜 세월 제 마음을 여며두었다가

고적한 밤 등불 아래

은은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고마운 일이다

 

*출처: 조향미 시집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실천문학사, 2006.

*약력: 1961년 경남 거창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중등 교사 출신.

 

 

“찬 가을 한 자락이 은은히 내안으로 스며든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라는

자기성찰과 국화차를 마시면서 “정결하고 선한 영혼”을 느끼니 천생 시인이다.

환한 유리잔에 녹아드는 국화차 한 잔에 자연과 교감하며

물아일체에 빠져든다면 어디 고마운 일이 하나둘이겠는가.

- 믈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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