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차 / 조향미
찬 가을 한 자락이
여기 환한 유리잔
뜨거운 물 속에서 몸을 푼다
인적 드문 산길에 짧은 햇살
청아한 풀벌레 소리도 함께 녹아든다
언젠가 어느 별에서 만나
정결하고 선한 영혼이
오랜 세월 제 마음을 여며두었다가
고적한 밤 등불 아래
은은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고마운 일이다
*출처: 조향미 시집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실천문학사, 2006.
*약력: 1961년 경남 거창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중등 교사 출신.
“찬 가을 한 자락이 은은히 내안으로 스며든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라는
자기성찰과 국화차를 마시면서 “정결하고 선한 영혼”을 느끼니 천생 시인이다.
환한 유리잔에 녹아드는 국화차 한 잔에 자연과 교감하며
물아일체에 빠져든다면 어디 고마운 일이 하나둘이겠는가.
- 믈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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