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유혹 / 송영숙

믈헐다 2023. 11. 1. 03:04

유혹 / 송영숙

 

꽃차를 마신다

찻잔 속에서 출렁 겉잎 날개 폈다 접었다

시월의 마지막 날 부채춤 너울 접었다 폈다

어쩌자고 물속에서

새빨간 혀를

램프의 불꽃처럼 태우고 있는거야

너의 꽃술에 빨려 들어가

죽어버리고 싶다

 

*출처: 송영숙 시집 벙어리매미, 오름에디션, 2011.

*약력: 1959년 대전 출생, 1993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호서문학상 수상.

 

 

꽃차는 오감을 느끼며 마실 수 있다.

찻잔 속에서 꽃잎이 춤을 추는 듯하니 눈이 즐겁고,

유리잔에 따르는 쪼르륵 물소리는 귀가 즐겁고,

깊고 은은한 향이 풍기니 코까지 즐겁다.

혀에 닿는 야릇한 맛과 온몸으로 느껴지는 훈훈함까지 더해지니,

시인은 오죽하면 “죽어버리고 싶다”고 하였을까. - 믈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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