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이형기
언제나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피는 코스모스였다.
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치는
물결 같은 그리움이었다.
송두리째 희망도, 절망도,
불타지 못하는 육신
머리를 박고 쓰러진 코스모스는
귀뚜리 우는 섬돌가에
몸부림쳐 새겨진 어룽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흐느끼지 않는 설움 홀로 달래며
목이 가늘도록 참아내련다.
까마득한 하늘가에
내 가슴이 파랗게 부서지는 날
코스모스는 지리.
*출처: 이형기 시집 『별이 물되어 흐르고』, 미래사, 1991.
*약력: 1933년 경남 진주 출생, 동국대학교 불교학, 2005년 향년 72세로 타계.
“흐느끼지 않는 설움 홀로 달래며 / 목이 가늘도록 참아내련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생태적 인상에서 오는 연약함과 아름다움이,
가슴속에서 맹렬하게 일어나는 감정이 애수를 자아내는 여인상으로 비친다.
“내 가슴이 파랗게 부서지는 날”엔 산길이든 둑길이든 코스모스 길을 걸어보라.
뺨을 스치듯 지나는 바람결에 가을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으리라!
- 믈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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