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보여줄 수 없다 / 안현심

믈헐다 2023. 11. 12. 23:21

보여줄 수 없다 / 안현심

 

홀로 저녁밥을 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안주라곤 맹물국수에 걸쳐 얹은 묵은지 한 가닥

그런데, 왜 눈물이 날까

누구에게도 내색하고 싶지 않은 가시

그것이,

심통을 부리는가 보다

 

*출처: 안현심 시집 그래서 정말 다행이에요, 문학의전당, 2023.

*약력: 1957년 전북 진안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 졸업, 한남대학교 문학박사.

 

 

“누구에게도 내색하고 싶지 않은 가시”는 아무에게나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아프지 않고 서럽지 않고 좋은 시를 쓰기는 어렵다.

마음속 깊이 박혀 있는 가시는 늘 수많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승화시켜 응축하고 압축해 시로 만들 수 있다.

오랫동안 숙성되어 푹 익은 김장 김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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