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 유승도
닭 한 마리를 붙잡아 다리를 묶어 처마 밑에 놓으며
빨리 잡아주고 갈까? 물으니
어이구 잡는 건 내가 더 잘 잡는데, 그냥 놔두고 어서 갔다 오세요
아내도 산짐승이 다 됐다
*출처: 유승도 시집 『사람도 흐른다』, 달을쏘다, 2020.
*약력: 1960년 충남 서천 출생,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해발 800미터의 영월 망경대산 중턱에 위치한 외딴집.
시인은 25년 전, 아내와 백일 된 아들과 함께 강원도 영월 산골 오지로 들어왔다
산에 산다는 건 한 마리 산짐승으로 살겠다는 거다.
그렇다고 아내에게까지 산짐승으로 살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아내도 자연스럽게 산짐승이 됐다.
닭 잡는 거도 그렇지만 염소가 예쁘다고 말하며 염소탕을 맛있게 먹는 아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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