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외길에서 / 박남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져가는 것
그는 모르는지
길 끝까지 간다
가는데 갔는데
기다려본 사람만이 그 그리움을 안다
무너져내려본 사람만이 이 절망을 안다
저문 외길에서 사내가 운다
소주도 없이 잊혀진 사내가 운다
*출처: 박남준 시집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창비, 1995.
*약력: 1957년 전남 영광 출생, 1984년 시 전문지 [시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우리 모두는 한 번쯤 사랑에 실패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 대부분은 흘러간 시간 속에서 추억이 된다지만,
때론 잊고 싶어도 절대로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리움이 아닐까.
“소주도 없이 잊혀진 사내가 운다”는 건 그리움을 안다는 것이리라.
“저문 외길”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