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 허림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출처: 허림 산문집 『보내지 않았는데 벌써 갔네』, 달아실, 2021.
*약력: 1960년 강원도 홍천 출생, 강릉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이 시는 윤학준 작곡으로 2014년 화천 비목콩쿠르에서 창작 가곡 1위를 차지하였다.
이어 소프라노 조수미의 한국가곡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곡이기도 하다.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라는 첫 문장이 참 좋다.
쉬운 말 같지만 그 속에 담긴 절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라며,
추억의 어렴풋한 향기를 그리움으로 나타내었으니 더 그런 것 같다.
깊어가는 가을에 이 시를 읊는다면 눈을 지그시 감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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