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탁! / 최재경

믈헐다 2023. 11. 19. 07:59

탁! / 최재경

 

달랑 두 노인네 사시는 오두막에

겁도 없이 하얀 눈이 폭폭 쌓여갑니다

초저녁잠이 깬 노인네들

얼굴만 내밀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안노인네 가슴으로 손이 슬그머니 갑니다

밖에 누가 오는 소리

불을 껐다가 다시 켜보고는, 이 시간에

누가 올까나?, 그러다가는

마당에 나가 개운하게 오줌을 갈기다가

"별일이네! 이 나이에"

추적거리고 들어와 잠을 청해도

그냥 자려다가

손이 또 무안하여 더듬다가

“탁!”

“왜이랴 이냥반이 누가 오면 어짤라구?”

·

·

·

아침이 오려면 아직 멀었고

마당에 눈은 사정없이 푹푹 쌓여가고.

 

*출처: Daum & NAVER.

*약력: 1955년 대전 출생, 2006 문학세계로 등단.

 

 

 

눈이 폭폭 쌓여가고 푹푹 쌓여가니,   오두막살이 노인네는 잠이 달아났다.

아내의 가슴에 손이 간 노인은 본인도 놀라고 아내도 놀란다.

소나기 같은 오줌을 한 사발 누고 들어와서 또 아내를 더듬는다.

탁! 아내에게 한방 얻어맞는다.

“왜이랴 이냥반이 누가 오면 어쩔라구?”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침이 오려면 아직 멀었고 / 마당에 눈은 사정없이 푹푹 쌓여가고.”

살 더듬는 소리와 눈 내리는 소리가 사르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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