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 최재경
달랑 두 노인네 사시는 오두막에
겁도 없이 하얀 눈이 폭폭 쌓여갑니다
초저녁잠이 깬 노인네들
얼굴만 내밀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안노인네 가슴으로 손이 슬그머니 갑니다
밖에 누가 오는 소리
불을 껐다가 다시 켜보고는, 이 시간에
누가 올까나?, 그러다가는
마당에 나가 개운하게 오줌을 갈기다가
"별일이네! 이 나이에"
추적거리고 들어와 잠을 청해도
그냥 자려다가
손이 또 무안하여 더듬다가
“탁!”
“왜이랴 이냥반이 누가 오면 어짤라구?”
·
·
·
아침이 오려면 아직 멀었고
마당에 눈은 사정없이 푹푹 쌓여가고.
*출처: Daum & NAVER.
*약력: 1955년 대전 출생, 2006년 『문학세계』로 등단.
눈이 폭폭 쌓여가고 푹푹 쌓여가니, 오두막살이 노인네는 잠이 달아났다.
아내의 가슴에 손이 간 노인은 본인도 놀라고 아내도 놀란다.
소나기 같은 오줌을 한 사발 누고 들어와서 또 아내를 더듬는다.
탁! 아내에게 한방 얻어맞는다.
“왜이랴 이냥반이 누가 오면 어쩔라구?”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침이 오려면 아직 멀었고 / 마당에 눈은 사정없이 푹푹 쌓여가고.”
살 더듬는 소리와 눈 내리는 소리가 사르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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