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너 / 권진희

믈헐다 2023. 11. 18. 00:43

너 / 권진희

 

​돌아누운 산등성이

휜 허리도

동그랗게 마주 누운 묵뫼

모두

너구나.

 

마주 누워 널 껴안아도

네 가슴에 입 맞출 수 없는 나는

산 너머에만 있어서

네 쪽으로 지는 저녁

 

사흘 겨울비에 젖는 마른 나뭇가지

모두 너구나.

온통 너구나.

 

*출처: 권진희 시집 죽은 물푸레나무에 대한 기억, 푸른사상사, 2012.

*약력: 1967년 대구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석사, 문예창작학과 박사 과정.

 

 

“산 너머에만 있어서 / 네 쪽으로 지는 저녁”이라니, 화자는 온통 당신 생각뿐이다.

산등성이도 묵뫼도 마른 나뭇가지까지도 세상의 모든 것을 당신과 연결시키니 말이다.

그런 마음이 첫사랑부터 끝 사랑까지 변함없으면 좋겠지만, 어디 사랑이 그런가.

겨울비에 자꾸 젖다 보면 식어버리니 말이다.

 

*참고

묵뫼는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거칠게 된 무덤을 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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