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저문 외길에서 / 박남준

믈헐다 2023. 11. 17. 06:21

저문 외길에서 / 박남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져가는 것

그는 모르는지

길 끝까지 간다

가는데 갔는데

 

​기다려본 사람만이 그 그리움을 안다

무너져내려본 사람만이 이 절망을 안다

저문 외길에서 사내가 운다

소주도 없이 잊혀진 사내가 운다

 

*출처: 박남준 시집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창비, 1995.

*약력: 1957년 전남 영광 출생, 1984년 시 전문지 [시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우리 모두는 한 번쯤 사랑에 실패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 대부분은 흘러간 시간 속에서 추억이 된다지만,

때론 잊고 싶어도 절대로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리움이 아닐까.

“소주도 없이 잊혀진 사내가 운다”는 건 그리움을 안다는 것이리라.

“저문 외길”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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