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라는 세상 / 하상만
비 오는 날
호수를 쳐다보면
거기
떨어지는 빗방울이
나 같고
너 같고
우리 같아
중심이 어디냐고 물으면
호수의 가운데를 가리켰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
빗방울 하나가 떨어져서
만드는 동심원을 봐
빗방울은 누구나
자기 중심이 되지
비 오는 날
호수를 봐
온통 중심이야
*이동호 시인의 「과녁」을 읽고
*출처: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2년 9월호.
*약력: 1974년 경남 마산 출생, 동국대 국어교육과 졸업, 2005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
사물의 한가운데를 '중심'이라 한다.
이 말에 담긴 뜻이 호수만큼이나 매우 깊고 넓다.
무엇이든 중심을 잃으면 넘어지거나 무너지기 십상이다.
무리에서는 중심적 역할을 하는 사람을 '구심점'이라 하며,
그 구심점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인은 호수에 떨어지는 빗방울 한 방울 한 방울이 동심원을 만들듯
방울방울이 다 중심이 된다는 기막힌 발상을 하였다.
결국 한 사람 한 사람 우리 모두가 다 중심이라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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