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호수라는 세상 / 하상만

믈헐다 2022. 11. 24. 22:59

호수라는 세상 / 하상만

 

비 오는 날

호수를 쳐다보면

거기

 

떨어지는 빗방울이

나 같고

너 같고

우리 같아

 

중심이 어디냐고 물으면

호수의 가운데를 가리켰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

 

빗방울 하나가 떨어져서

만드는 동심원을 봐

 

빗방울은 누구나

자기 중심이 되지

 

비 오는 날

호수를 봐

 

온통 중심이야

 

*이동호 시인의 과녁을 읽고

 

*출처: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29월호.

*약력: 1974년 경남 마산 출생, 동국대 국어교육과 졸업, 2005문학사상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

 

 

사물의 한가운데를 '중심'이라 한다.

이 말에 담긴 뜻이 호수만큼이나 매우 깊고 넓다.

무엇이든 중심을 잃으면 넘어지거나 무너지기 십상이다.

무리에서는 중심적 역할을 하는 사람을 '구심점'이라 하며,

그 구심점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인은 호수에 떨어지는 빗방울 한 방울 한 방울이 동심원을 만들듯

방울방울이 다 중심이 된다는 기막힌 발상을 하였다.

결국 한 사람 한 사람 우리 모두가 다 중심이라는 뜻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