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 전윤호
군대 간 아들이 보고 싶다고
자다 말고 우는 아내를 보며
저런 게 엄마구나 짐작한다
허리가 아프다며 침 맞고 온 날
화장실에 주저앉아 아이
실내화를 빠는 저 여자
봄날 벚꽃보다 어지럽던
내 애인은 어디로 가고
돌아선 등만 기억나는 엄마가 저기 있나
*출처: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엄마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나무옆의자, 2015.
*약력: 1964년 강원도 정선 출생, 동국대학교 사학과 졸업.
자다 깨서 군대 간 아들이 보고 싶다고 울고,
허리가 아파도 아이 실내화를 빠는 아내를 보면서 남편은 직감한다.
아, 저 사람의 몸은 그리움의 샘이로구나.
어머니는 자식이 곁에 있어도 그립고 떠나면 더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그 옛날 아름다웠던 애인은 엄마가 되고부터 점차 세월에 지쳐가니,
아내와 엄마라는 두 모습을 지켜보는 남편은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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