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샘 / 전윤호

믈헐다 2023. 5. 3. 05:50

샘 / 전윤호

 

군대 간 아들이 보고 싶다고

자다 말고 우는 아내를 보며

저런 게 엄마구나 짐작한다

허리가 아프다며 침 맞고 온 날

화장실에 주저앉아 아이

실내화를 빠는 저 여자

봄날 벚꽃보다 어지럽던

내 애인은 어디로 가고

돌아선 등만 기억나는 엄마가 저기 있나

 

*출처: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엄마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나무옆의자, 2015.

*약력: 1964년 강원도 정선 출생, 동국대학교 사학과 졸업.

 

 

자다 깨서 군대 간 아들이 보고 싶다고 울고,

허리가 아파도 아이 실내화를 빠는 아내를 보면서 남편은 직감한다.

아, 저 사람의 몸은 그리움의 샘이로구나.

어머니는 자식이 곁에 있어도 그립고 떠나면 더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그 옛날 아름다웠던 애인은 엄마가 되고부터 점차 세월에 지쳐가니,

아내와 엄마라는 두 모습을 지켜보는 남편은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지 않겠는가.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래방 도우미 / 윤병무  (2) 2023.05.05
비백(飛白) / 오탁번  (0) 2023.05.04
꽁치와 시 / 박기섭  (0) 2023.05.01
강 / 황인숙  (0) 2023.05.01
커피 기도 / 이상국  (0) 2023.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