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 / 정록성
작은 담요 한 장을 덮고 자다가
깼다
달리의 시계*처럼
자꾸 흘러내리는 몸뚱이
ㄹ자로
머리 수구리고 다리 구부리니
딱 맞다
술이 덜 깬 새벽에 깨닫는다
왜 새우잠이 아픈 잠인지
*살바드로 달리 '기억의 지속'
*출처: 정록성 시집 『주옥같이』, 좋은땅, 2021.
*약력: 에너지관리공단, SH공사, 서울에너지공사 근무 경력, 인하대학교 샘동인회, 한국디지털대학교 한디문학회, 인터넷 카페 시인학교 등에서 활동.
'살바드로 달리'는 꿈같은 이미지를 통해
무의식의 창조적 잠재력을 탐구하는 스페인의 유명 화가이다.
그의 작품들 중에 널리 알려진 '기억의 지속(녹아내리는 시계, 1931)'은
꿈과 환상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다시 한번 최고의 기쁨을 경험한다고 했다.
어쩌면 시인도 달리의 그런 기쁨을 맛보기 위해
술이 덜 깨도 새벽이면 일어나 깨달음의 시간을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
*참고
'수구리다'는 '수그리다'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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