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 윤효
종이컵에 커피가 채워질 때까지 그 몇 초의 지루함도 참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오늘 아침 동전 투입구 옆에 시 한 편을 써서 붙여놓았습니다. 손을 넣었다 뺐다 자발없이 기웃거리지 말고 그사이 시나 한 수 차분히 읊조리시라 붙여놓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한나절이 다 가도록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고장 수리 중인 줄 알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윤효 시집 『햇살방석』, 시학, 2008.
*약력: 1956년 충남 논산 출생, 본명은 ‘창식’,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커피 자판기에 붙인 시 한 편이 으레 고장 수리 안내문일 거라는 것이다.
선입견이 주는 오류이기도 하지만 참 바쁜 세상이니 그럴 만도 하다.
시인은 눈앞에 보이는 사물을 노래하니 사물을 관찰하며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시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다 드러난다.
그렇기에 한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바로 그 속에 담긴 무엇을 찾는 일이지 않을까.
*참고
'자발없이'는 행동이 가볍고 참을성이 없음을 말함이다.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스승 / 목필균 (0) | 2023.05.15 |
---|---|
소나기 지나가시고 / 송진권 (1) | 2023.05.14 |
시를 위하여 1 / 윤효 (0) | 2023.05.12 |
ㄹ / 정록성 (0) | 2023.05.10 |
김밥 마는 여자 / 장만호 (0) | 2023.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