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계 / 고성만
맨드라미가
머리를 쭉 뻗었다가
푸드득 도약하여
칸나의 대가리를 찍는다
살점이 떨어져나간다
우수수 날리는 깃털
피가 튄다
야산에
깊게 팬 자동차 바퀴
신발 흙 질컥거리며
환호성 지르는 사람들
마스카라 지워진 노을이
저녁 꽃을 줍는다
*출처: 계간 《시와사람》 73호, 2014년 여름.
*약력: 1963년 전북 부안 출생, 1998년 <동서문학> 등단.
붉게 핀 맨드라미와 칸나가 만든 황홀한 이미지에서
붉은 볏을 세운 수탉들이 서로 싸우는 광경이 눈에 확 들어온다.
과히 기발한 발상과 탁월한 표현력이다.
맨드라미에게 찍힌 칸나의 대가리에서 떨어져나간 살점에서
사방으로 튀어 오른 피가 하늘을 물들이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라.
문명사회의 "깊게 팬 자동차 바퀴 / 신발 흙 질컥거리며 / 환호성 지르는 사람들"처럼
"마스카라 지워진 노을이 / 저녁 꽃을 줍는다"니 그야말로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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