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투계 / 고성만

믈헐다 2023. 5. 30. 05:40

투계 / 고성만

 

맨드라미가

머리를 쭉 뻗었다가

푸드득 도약하여

칸나의 대가리를 찍는다

살점이 떨어져나간다

우수수 날리는 깃털

피가 튄다

야산에

깊게 팬 자동차 바퀴

신발 흙 질컥거리며

환호성 지르는 사람들

마스카라 지워진 노을이

저녁 꽃을 줍는다

 

*출처: 계간 시와사람 73, 2014년 여름.

*약력: 1963년 전북 부안 출생, 1998 <동서문학> 등단.

 

 

붉게 핀 ​맨드라미와 칸나가 만든 황홀한 이미지에서

붉은 볏을 세운 수탉들이 서로 싸우는 광경이 눈에 확 들어온다.

과히 기발한 발상과 탁월한 표현력이다.

맨드라미에게 찍힌 칸나의 대가리에서 떨어져나간 살점에서

사방으로 튀어 오른 피가 하늘을 물들이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라.

문명사회의 "깊게 팬 자동차 바퀴 / 신발 흙 질컥거리며 / 환호성 지르는 사람들"처럼

"마스카라 지워진 노을이 / 저녁 꽃을 줍는다"니 그야말로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