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 송찬호
돌을 돌로 친다
단단한 것은 단단한 것에 의해
다스려질 수밖에 없다
어디서 튕겨 날아왔는지
한 여자를 쓰러뜨린
모진 돌멩이 하나
오래 쥐고 있으면 손안의 돌도 따뜻해진다
돌 속으로 흘러가는 실핏줄들
돌에도 귀가 있던가, 출렁거리는 강물 소리
다친 자들이 모여 강가
자갈밭의 돌 뒹구는 소리
둥글게 닮은 돌멩이 하나, 또 하나
오랜 세월 마주보고 앉았다
*출처: 송찬호 시집 『10년 동안의 빈의자』, 문학과지성사, 1994.
*약력: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학교 독문학과 졸업.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성격이 너그럽지 못하면 대인 관계가 원만할 수 없음을 이르거나,
너무 뛰어난 사람은 남에게 미움을 받기 쉬움을 이르는 말이다.
딱히 원만한 성격이 아니거나 뛰어나지 않아도 정 맞을 수 있고,
모난 사람도 오랜 세월 뒹굴다 보면 둥글둥글 깎이기 마련인 것도 세상살이다.
"오래 쥐고 있으면 손안의 돌도 따뜻해진다"니
모진 돌멩이든 차가운 돌멩이든 따뜻이 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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