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돌 / 송찬호

믈헐다 2023. 6. 9. 04:55

 / 송찬호

 

돌을 돌로 친다

단단한 것은 단단한 것에 의해

다스려질 수밖에 없다

 

어디서 튕겨 날아왔는지

한 여자를 쓰러뜨린

모진 돌멩이 하나

 

오래 쥐고 있으면 손안의 돌도 따뜻해진다

돌 속으로 흘러가는 실핏줄들

돌에도 귀가 있던가, 출렁거리는 강물 소리

 

다친 자들이 모여 강가

자갈밭의 돌 뒹구는 소리

둥글게 닮은 돌멩이 하나, 또 하나

오랜 세월 마주보고 앉았다

 

*출처: 송찬호 시집 10년 동안의 빈의자, 문학과지성사, 1994.

*약력: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학교 독문학과 졸업.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성격이 너그럽지 못하면 대인 관계가 원만할 수 없음을 이르거나,

너무 뛰어난 사람은 남에게 미움을 받기 쉬움을 이르는 말이다.

딱히 원만한 성격이 아니거나 뛰어나지 않아도 정 맞을 수 있고,

모난 사람도 오랜 세월 뒹굴다 보면 둥글둥글 깎이기 마련인 것도 세상살이다.

"오래 쥐고 있으면 손안의 돌도 따뜻해진다"니

모진 돌멩이든 차가운 돌멩이든 따뜻이 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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