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존재의 순간 / 김문배

믈헐다 2023. 7. 7. 04:54

존재의 순간 / 김문배

 

소나기 후다닥 지나간 후

빨랫줄에 매달린 빗방울들

여름날 오후의 뜨거운 햇살 속에

허상과 현실이 허공에 떠 있다

 

외로울 수밖에 없는

순간의 존재를 찾아

바람 끝에 매달려 떨고 있는

주루룩주루룩 이어 가는 물방울들

 

*출처: 김문배 시집 번짐의 속성, 한강, 2020.

*약력: 전남 강진 출생, 1930년대 김영랑 시인과 함께 활동한 시문학파김현구 시인의 차남.

 

 

시인이 시 속에 그려놓은 상황은 비가 내린 후에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물방울을 “여름날 오후의 뜨거운 햇살 속에 / 허상과 현실이 허공에 떠 있”는 것,

“외로울 수밖에 없는 / 순간의 존재를 찾아 / 바람 끝에 매달려 떨고 있”다라고 표현한다.

시제는 분명 “존재의 순간”인데 행간에 감춰진 것은 “순간의 존재”이다.

시 속에서는 순간만 존재하는 물방울을 그려놓고, 시제는 존재하는 순간을 강조한 것이기에

바로 “허상과 현실이 허공에 떠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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