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순간 / 김문배
소나기 후다닥 지나간 후
빨랫줄에 매달린 빗방울들
여름날 오후의 뜨거운 햇살 속에
허상과 현실이 허공에 떠 있다
외로울 수밖에 없는
순간의 존재를 찾아
바람 끝에 매달려 떨고 있는
주루룩주루룩 이어 가는 물방울들
*출처: 김문배 시집 『번짐의 속성』, 한강, 2020.
*약력: 전남 강진 출생, 1930년대 김영랑 시인과 함께 활동한 ‘시문학파’ 김현구 시인의 차남.
시인이 시 속에 그려놓은 상황은 비가 내린 후에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물방울을 “여름날 오후의 뜨거운 햇살 속에 / 허상과 현실이 허공에 떠 있”는 것,
“외로울 수밖에 없는 / 순간의 존재를 찾아 / 바람 끝에 매달려 떨고 있”다라고 표현한다.
시제는 분명 “존재의 순간”인데 행간에 감춰진 것은 “순간의 존재”이다.
시 속에서는 순간만 존재하는 물방울을 그려놓고, 시제는 존재하는 순간을 강조한 것이기에
바로 “허상과 현실이 허공에 떠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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