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식당 / 박소란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충무로 진양상가 뒤편
국수를 잘하는 집이 한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자주 왁자한 문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그곳 작다란 입간판을 떠올리자니 더운 침이 도네요 아직
거기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맛은 그대로인지
모르겠어요
실은 우리가 국수를 좋아하기는 했는지
나는 고작 이런 게 궁금합니다
귀퉁이가 해진 테이블처럼 잠자코 마주한 우리
그만 어쩌다 엎질러버린 김치의 국물 같은 것
좀처럼 닦이지 않는 얼룩 같은 것 새금하니 혀끝이 아린 순간
순간의 맛
이제 더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형광등 거무추레한 불빛 아래
불어 선득해진 면발을 묵묵히 건져 올리며
혼자 밥 먹는 일
그래서
요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출처: 박소란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 창비, 2019.
*약력: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남 마산에서 성장,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9년 『문학수첩』으로 등단.
이 시는 그저 평범한 문장에다가 일상의 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그런 말들이지만
그 속에 역설 내지는 반전을 내포하고 있다.
심야 식당 한편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불어 선득해진 면발을 묵묵히 건져 올리며 / 혼자 밥 먹는" 사람에게 눈길이 간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서 묻고 싶어 한다.
국수를 좋아 하기는 하는지, 진짜 허기가 져서 국수를 먹는지 말이다.
요즘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여전히 싱거운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은 건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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