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접으며 / 김동석
아내와 빨래를 접습니다.
반듯하고 네모나게
가끔은 떨어진 셔츠도 함께
우리 이 인생도 이렇게 접히거나
구겨지거나 날이 개인 날은
조금 더 환해서 기쁠 거라며
휴일 오후에 아내와 빨래를 접습니다.
*출처: 2011년 서울시 지하철스크린도어 게시용 당선작.
“휴일 오후에” 마른 빨래를 아내와 “반듯하고 네모나게”,
“가끔은 떨어진 셔츠도 함께” 접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다.
“우리 이 인생도 이렇게 접히거나 / 구겨지거나” 생각하지만
그 흐린 날의 고난 속에 살면서도 희망을 갖는다.
“날이 개인 날은 / 조금 더 환해서 기쁠 거라”는 기대이다.
“휴일 오후에 아내와 빨래를 접”는 정경이 바로 그런 것이리라.
*참고
‘흐리거나 궂은 날씨가 맑아지다’의 뜻의 ‘개다’의 활용형은 ‘개어’, ‘개니’, ‘갠’이다.
흔히 언중들이 ‘날씨가 개이다’, ‘개인 하늘을 보면’ 등을 사용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즉, 시에서 “날이 개인 날”은 ‘날이 갠 날’이 바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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