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빨래를 접으며 / 김동석

믈헐다 2023. 7. 31. 00:20

빨래를 접으며 / 김동석

 

아내와 빨래를 접습니다.

반듯하고 네모나게

가끔은 떨어진 셔츠도 함께

우리 이 인생도 이렇게 접히거나

구겨지거나 날이 개인 날은

조금 더 환해서 기쁠 거라며

휴일 오후에 아내와 빨래를 접습니다.

 

*출처: 2011년 서울시 지하철스크린도어 게시용 당선작.

 

“휴일 오후에” 마른 빨래를 아내와 “반듯하고 네모나게”,

“가끔은 떨어진 셔츠도 함께” 접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다.

“우리 이 인생도 이렇게 접히거나 / 구겨지거나” 생각하지만

그 흐린 날의 고난 속에 살면서도 희망을 갖는다.

“날이 개인 날은 / 조금 더 환해서 기쁠 거라”는 기대이다.

“휴일 오후에 아내와 빨래를 접”는 정경이 바로 그런 것이리라.

 

*참고

흐리거나 궂은 날씨가 맑아지다의 뜻의 개다의 활용형은 개어’, ‘개니’, ‘이다.

흔히 언중들이 날씨가 개이다’, ‘개인 하늘을 보면 등을 사용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즉, 시에서 날이 개인 날 날이 갠 날이 바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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