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깽이풀 / 신순애
빗방울 떨어져도
따르르 굴러간다
눈물을 모른다고
서러움이 없을소냐
홀가분
엷은 치맛자락
차례차례 벗을 뿐
*출처: 월간 《춤》, 2021년 4월호.
*약력: 1936년 전북 군산 출생, 홍익대학교 유화 미술교육원 수료.
사나흘 피었다가 지고 마는 꽃이라 그런가.
빗방울이 “따르르 굴러간다” 것은 서러워 흘리는 눈물로 묘사한다.
‘화무십일홍’이 아니라 ‘삼일천하’이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러나 “홀가분 / 엷은 치맛자락 / 차례차례 벗을 뿐”
잠깐일지라도 세상에 나와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었으니 그거면 족하다고 한다.
이렇듯 한낱 풀조차도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니,
백 년의 생애인 인간으로서는 죽고 사는 것이 뭔 대수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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