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깽깽이풀 / 신순애

믈헐다 2023. 8. 5. 06:55

깽깽이풀 / 신순애

 

빗방울 떨어져도

따르르 굴러간다

 

눈물을 모른다고

서러움이 없을소냐

 

홀가분

엷은 치맛자락

차례차례 벗을 뿐

 

*출처: 월간 , 2021 4월호.

*약력: 1936년 전북 군산 출생, 홍익대학교 유화 미술교육원 수료.

 

 

사나흘 피었다가 지고 마는 꽃이라 그런가.

빗방울이 “따르르 굴러간다” 것은 서러워 흘리는 눈물로 묘사한다.

‘화무십일홍’이 아니라 ‘삼일천하’이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러나 “홀가분 / 엷은 치맛자락 / 차례차례 벗을 뿐”

잠깐일지라도 세상에 나와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었으니 그거면 족하다고 한다.

이렇듯 한낱 풀조차도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니,

백 년의 생애인 인간으로서는 죽고 사는 것이 뭔 대수이겠는가.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성희 잘 있거라 / 권석창  (0) 2023.08.07
다람쥐 합장 / 주용일  (0) 2023.08.05
종이무덤 / 전윤호  (0) 2023.08.03
분홍의 서사 / 서안나  (0) 2023.08.03
엉덩이로 쓰는 시 / 서안나  (0)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