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다람쥐 합장 / 주용일

믈헐다 2023. 8. 5. 23:22

다람쥐 합장 / 주용일

 

​지리산 실상사 극락전을 들어서는데

인적 없는 고요 속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나를 맞이합니다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자

쪼르르 달려와서는

큰 왕방울눈을 굴리며

어, 어라 못 보던 얼굴인데 합니다

다람쥐 마음을 눈치 채고

내가 먼저 인사합니다

그래, 그래, 실상사 다람쥐가

생불 다람쥐가 두 손 모으며

내 서툰 합장 인사를 받습니다

 

*출처: 주용일 시집 문자들의 다비식은 따뜻하다, 문학과경계사, 2003.

*약력: 1964년 충북 영동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5년 타계.

 

 

호젓한 산길을 가다가 다람쥐를 만나면 반가울 것이다.

뒷발을 세우고 앞발(양손?)로 먹이를 잡고 있는 모습은 귀엽기도 하다.

시인은 그것을 합장하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생불 다람쥐가 두 손 모으며 / 내 서툰 합장 인사를 받”으니,

너도 생불 나도 생불, 서로는 살아있는 부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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