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품다, 무화과 / 정민기
무화과는 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열매에 꽃을 품고 모른 척,
가만히 바람에 몸 흔들고 있다
무화과를 따는 사람들
그제야 우윳빛 눈물을 떨구고 만다
사랑하는 이를 가슴 가득 품고 있었던
정열적인 그는 이제 껍질만 남았다
*출처: 한국문학세상 창작교실, 2016.08.23.
*약력: 1987년 전남 고흥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무화과(無花果)’는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자면 꽃이 없는 열매라는 말이다.
그러나 어찌 꽃을 피우지 않고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잎겨드랑이에 주머니 같은 꽃차례 속에 작은 꽃이 많이 달려,
수꽃은 위쪽에 암꽃은 아래쪽에 위치하여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를 가슴 가득 품고” 싶었을 것이리라.
우윳빛 눈물을 떨구는 그대처럼 말이다.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 그릇 / 장욱 (0) | 2023.08.22 |
---|---|
한 다발 / 임수현 (0) | 2023.08.21 |
시는, 시를 견디라며 / 박완호 (0) | 2023.08.19 |
아침 똥 / 황규관 (0) | 2023.08.18 |
멍때리기 / 임수현 (0) | 2023.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