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꽃을 품다, 무화과 / 정민기

믈헐다 2023. 8. 19. 23:43

꽃을 품다, 무화과 / 정민기

 

무화과는 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열매에 꽃을 품고 모른 척,

가만히 바람에 몸 흔들고 있다

무화과를 따는 사람들

그제야 우윳빛 눈물을 떨구고 만다

사랑하는 이를 가슴 가득 품고 있었던

정열적인 그는 이제 껍질만 남았다

 

*출처: 한국문학세상 창작교실, 2016.08.23.

*약력: 1987년 전남 고흥 출생, 2008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무화과(無花果)’는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자면 꽃이 없는 열매라는 말이다.

그러나 어찌 꽃을 피우지 않고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잎겨드랑이에 주머니 같은 꽃차례 속에 작은 꽃이 많이 달려,

수꽃은 위쪽에 암꽃은 아래쪽에 위치하여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를 가슴 가득 품고” 싶었을 것이리라.

우윳빛 눈물을 떨구는 그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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