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시와 퇴고 / 서정춘

믈헐다 2023. 8. 29. 00:27

시와 퇴고 / 서정춘

 

  시여, 가을날 기러기는 높고 푸른 하늘만 보면 거기 반드시 시 한 줄을 쓰면서

앞줄 고쳐 묻고 뒷줄 따라 묻고 여러 번씩 읽어가는 글공부 소리를 잘도나 들려준 적 있었나니,

 

*출처: 서정춘 시집 , 시와시학사, 2005.

*약력: 1941년 전남 순천 출생, 순천 매산고 졸업,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기러기는 가을에 우리나라로 와서 봄에 추운 지역으로 떠나는 겨울 철새이다.

‘V’나 ‘W’ 모양으로 떼 지어 비행하는 광경은 과히 우아하고 신비롭다.

“앞줄 고쳐 묻고 뒷줄 따라 묻고”, 글을 지을 때 고치고 다듬는 퇴고의 모양새다.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가 ‘推(밀 퇴)’와 ‘敲(두드릴 고)’로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참고

잘도나 매우의 제주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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