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가을에 / 유재영

믈헐다 2023. 9. 5. 06:28

가을에 / 유재영

 

마른 잎에

얹히는

그리움의

무게처럼

 

까마득

지난 생각

눈물보다

맑아서

 

마음 속

숨겨둔 갈피

등을 거는

먼 사람

 

연잎만 한

세상에서

가을이란

남은 여백

 

사소한

소리에도

햇빛들은

금이 가고

 

갈대꽃

야윈 가슴만

하얀 뼈로

우느니

 

*출처: 유재영 시조집, 햇빛시간, 태학사, 2001.

*약력: 1948년 충남 천안 출생, 1973년 박목월 시인에게는 시를, 이태극 선생으로부터 시조를 추천 받아 문단에 나옴.

 

 

가을에는 그리움의 무게가 마른 잎에 얹힌다.

오랜 세월 묵히고 묵힌 생각이 눈물보다 말갛게 가라앉으니

연잎만 한 세상에 여백처럼 시리게 파고든다.

사소한 바람만 불어도 햇살들은 우수수 부서지며 밀려가니

시인의 가슴 속에는 “갈대꽃 / 야윈 가슴만 / 하얀 뼈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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