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 / 문성해
내 머리에 바늘구멍 뚫는 소리
빽빽하게 들어찬 실뭉치들 들쑤시다
꼭꼭 숨은 실 끝 하나 찾아 들어올리는 소리
햇살 아래 선연히 빠져나가는 핏줄의 행렬
저 소리는 나무 하날 다 휘감더니
공중에 눈부신 피륙 하나 걸어놓더니
아뿔싸, 천년을 끌 것 같던 소리가
홀연, 날아가버린 날!
내 머리에 황망히 바늘구멍 닫히고
길 잃은 누더기 하나 나무에서 떨어지는 소리……
*출처: 문성해 시집 『자라』, 창비, 2005.
*약력: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올여름은 여느 해보다 더운 것만큼 매미 소리도 지독했다.
웬만하면 목이 쉬어 그칠 만도 할 터인데 말이다.
어쩌면 매미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을 것이다.
수년의 애벌레기를 거쳐 성충이 되어 여름이 지나면 생이 끝나니까 말이다.
풀과 꽃과 나무 그리고 바람과 햇살을 대신해 울어준 매미처럼
나를 대신해 울어주는 사람만큼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도 없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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