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 유재영
마른 잎에
얹히는
그리움의
무게처럼
까마득
지난 생각
눈물보다
맑아서
마음 속
숨겨둔 갈피
등을 거는
먼 사람
연잎만 한
세상에서
가을이란
남은 여백
사소한
소리에도
햇빛들은
금이 가고
갈대꽃
야윈 가슴만
하얀 뼈로
우느니
*출처: 유재영 시조집, 『햇빛시간』, 태학사, 2001.
*약력: 1948년 충남 천안 출생, 1973년 박목월 시인에게는 시를, 이태극 선생으로부터 시조를 추천 받아 문단에 나옴.
가을에는 그리움의 무게가 마른 잎에 얹힌다.
오랜 세월 묵히고 묵힌 생각이 눈물보다 말갛게 가라앉으니
연잎만 한 세상에 여백처럼 시리게 파고든다.
사소한 바람만 불어도 햇살들은 우수수 부서지며 밀려가니
시인의 가슴 속에는 “갈대꽃 / 야윈 가슴만 / 하얀 뼈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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