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 정순옥
봄 내음 가득 담아
발길 닿는 대로
너에게로 가고 싶다
그리움을 풀어 놓은
향기 속에
녹아내리는 뜨거운 가슴
붉게 익어버린
홍시 하나
수줍음에 바람이 되어
눈이 덮인 소나무 가지를
흔들어본다
*출처: 정순옥 시집 『음표 없는 멜로디한』, 그림과책, 2020.
*약력: 1960년 광주광역시 출생, 2021년 제16회 빈여백동인문학상 대상, 2021년 북한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2022년 풀잎문학상대상.
바람하면 여러 가지가 떠오르겠지만 그중 하나가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이기도 하다.
“발길 닿는 대로 / 너에게로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수줍음에 바람이 되어 / 눈이 덮인 소나무 가지를 / 흔들어본다”는 것도 그렇다.
바람이 되고자 하는 시인의 바람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시인의 아름다운 상상이 우리의 마음까지 익어버린 홍시처럼 붉게 만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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