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바람이 되어 / 정순옥

믈헐다 2023. 9. 23. 16:28

바람이 되어 / 정순옥

 

봄 내음 가득 담아

발길 닿는 대로

너에게로 가고 싶다

 

그리움을 풀어 놓은

향기 속에

녹아내리는 뜨거운 가슴

 

붉게 익어버린

홍시 하나

 

수줍음에 바람이 되어

눈이 덮인 소나무 가지를

흔들어본다

 

*출처: 정순옥 시집 음표 없는 멜로디한, 그림과책, 2020.

*약력: 1960년 광주광역시 출생, 2021년 제16회 빈여백동인문학상 대상, 2021년 북한강문학상 시부문 본상, 2022년 풀잎문학상대상.

 

 

바람하면 여러 가지가 떠오르겠지만 그중 하나가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이기도 하다.

“발길 닿는 대로 / 너에게로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수줍음에 바람이 되어 / 눈이 덮인 소나무 가지를 / 흔들어본다”는 것도 그렇다.

바람이 되고자 하는 시인의 바람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시인의 아름다운 상상이 우리의 마음까지 익어버린 홍시처럼 붉게 만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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