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내가 사랑하는 것은 / 장철문

믈헐다 2023. 10. 3. 00:17

내가 사랑하는 것은 / 장철문

 

​내가 사랑하는 것은

오월의 연두와

시월의 빨강

 

내가 사랑하는 연두는

보리똥나무 이파리의

바람 속

연두

 

내가 사랑하는 빨강은

붉나무 잎에 비친

햇살의

빨강

 

지나가기 쉬운 것

 

내 여자의

첫 연정의

 

내 아이의

첫 자랑의

 

만날 수는 있으나,

가서

다시 오지 않는

 

보리똥나무 이파리에 가는

오월의 바람

붉나무 이파리에 드는

시월의

햇살

 

*출처: 장철문 시집 비유의 바깥, 문학동네, 2016.

*약력: 1966년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붉나무: 옻나뭇과의 낙엽 활엽 소교목)

 

사계뿐만 아니라 달마다 각각 어울리는 색깔이 있다.

그중 오월의 연두와 시월의 빨강은 화자가 사랑하는 것이라 말한다.

지난 오월의 모든 것은 바람처럼 “가서 / 다시 오지 않는”것이지만,

내년이면 또 다른 연둣빛 오월을 만날 수는 있다.

어쨌거나 지금은 “붉나무 이파리에 드는 / 시월의 / 햇살”처럼 사랑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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