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은 / 장철문
내가 사랑하는 것은
오월의 연두와
시월의 빨강
내가 사랑하는 연두는
보리똥나무 이파리의
바람 속
연두
내가 사랑하는 빨강은
붉나무 잎에 비친
햇살의
빨강
지나가기 쉬운 것
내 여자의
첫 연정의
내 아이의
첫 자랑의
만날 수는 있으나,
가서
다시 오지 않는
보리똥나무 이파리에 가는
오월의 바람
붉나무 이파리에 드는
시월의
햇살
*출처: 장철문 시집 『비유의 바깥』, 문학동네, 2016.
*약력: 1966년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사계뿐만 아니라 달마다 각각 어울리는 색깔이 있다.
그중 오월의 연두와 시월의 빨강은 화자가 사랑하는 것이라 말한다.
지난 오월의 모든 것은 바람처럼 “가서 / 다시 오지 않는”것이지만,
내년이면 또 다른 연둣빛 오월을 만날 수는 있다.
어쨌거나 지금은 “붉나무 이파리에 드는 / 시월의 / 햇살”처럼 사랑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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