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어머니에게 가는 길 / 장철문

믈헐다 2023. 10. 5. 23:41

어머니에게 가는 길 / 장철문

 

아이가 지하철 안에서 햄버거를 먹는다

어머니는 손수건을 들고

입가에 소스가 묻을 때마다 닦아낸다

아이는 햄버거를 먹는 것이 세상일의 전부다

어머니는 침 한번 삼키는 일 없이

마냥 성스러운 것을 바라보는 얼굴이다

 

어머니는 성스러운 것에 이끌려

무화과같이 말라간다

모든 성스러운 것은 착취자들이다.

 

*출처: 장철문 시집 산벚나무의 저녁, 창작과비평사, 2003.

*약력: 1966년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착취(搾取)’는 보통 노동의 성과를 무상으로 취득함을 이르는 말이긴 하나,

동물의 젖이나 식물의 즙을 꼭 누르거나 비틀어서 짜냄을 뜻하기도 하니 그럴싸하다.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자란 화자는 “모든 성스러운 것은 착취자들이다.”라며,

“무화과처럼 말라간다”는 어머니에 대한 자기 고백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어머니에게 가는 길”은 고상하고 순결한 것이 출발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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